텍스트증후군 2012/01/09 00:26

아름다운 시절

가끔씩 '나는 정말 바보인가' 라고 생각 될 때가 있다. 10년이 넘는 온라인 생활에서 홈페이지와 블로그와 트위터 모든 기록의 도구들은 내 일기장이었다. 클릭 몇번이면 몇년 전 며칠 몇 시에 내가 쓴 글들을 볼 수 있고, 그 글들은 때로는 전혀 다른 이의 생각과, 삶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몇달전 쓴 엄청 심각한 글을 보다, 대체 그때 내가 뭐로 고민하며 이 글을 썼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럴때마다 정말 나는 바보인가? 진짜 바보인가? 정말정말로 바보인가? 라며 스스로에게 또 실망을 하곤한다. 대체 나에게 지나간 시간들이란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을 그렇게 지난글들을 보다가 나는 - 내 것인것 같으면서도 내 것같지 않은 26% 정도는 변하지 않음의 익숙함과, 44% 정도는 낯설음을 담은 - 오래된 내 글들과 사진들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써내려간 그 밤의 이야기들은. 낭만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고, 새벽녘의 우울함도 한가득했다.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었던 인생의 짐도 보였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그당시에는 큰 고민이었기도 했다.

그 모든것이 아름다웠다. 봄날의 사진은 눈이 부셨고. 겨울밤의 추억들은 눈물이 날만큼 따뜻했다. 아마 스스로를 바보라고 자책하는것은. 그렇게 좋은 시절들을 분명 블로그는, 홈페이지는 기억하고 있는데. 나는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몇년 후엔. 지금의 나도 아름답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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