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나는 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겨울에 태어나기도 했고, 겨울의 추운 날씨도 좋고, 또 눈도 좋고, 뭔가 연말의 분위기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것은 바로 < 귤 >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뭐에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귤이요! 라고 답할게다.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귤. 뭐 요즘은 4계절 다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는 귤을 먹을 수 있는 계절은 겨울이니깐. 아무튼 난 10년전에도 작년에도 올해도 열심히 겨울만 되면 귤을 까먹는다. 손이 노래질때까지.
귤이 좋은 이유 중 또 하나는. 먹기가 편하다는 것 때문이다. 과일이란, 사실 씻고 깎는 과정을 거의 필수로 거쳐야 하는데, 귤은 그냥 껍질만 까면 탱글탱글 맛있는 과육이 뿅 나오니 이렇게 좋은 과일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바나나도 좋고, 오렌지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귤보다 먹기가 힘들어서)
겨울날 하면 또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마치 사진을 찍은것처럼 늘 그리워하는 풍경인데, 바닥에는 자글자글 옥매트가 틀어져있고 폭신한 겨울이불 속에 쏙 들어간채로 내 오른쪽에는 귤 한소쿠리, 왼쪽에는 보고싶었던 만화책을 20권쯤 잔뜩 쌓아놓고 옆구리에는 고양이를 두마리쯤 가져다 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귤 까먹으며 하루종일 만화책 보는 풍경.
고즈넉하고 따뜻한 풍경속에 이 글을 마무리 하고싶지만 지금은 어쩐지 오래전 그랬던 일들을 할 수가 없다. 귤도 그냥 있으면 먹고 없으면 그냥 안 먹는다. 더 이상 보고싶은 만화책은 없고, 누워서 하루종일 음악들을 여유도 없다. 시간도 마음도 무언가 삶이... 그런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도 잃어버리고, 잠깐 1분 23초 정도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이 전부고, 지금 좋은것도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버려 다 잊어버리고,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하루하루가 그냥 어제의 연속이라 느껴질 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때.
솔직히 말하자면, 인생이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권태를 타파할 의욕도 없다. 지금은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으니깐 내 아이폰에선 음악이 흘러나오고, 티비는 켜져 있으며, 손가락은 이 글을 쓰고 있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그게 전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