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증후군 2012/01/16 10:21

어린 시절의 기억

난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아주 큰 사건들이 아닌 소소한 기억들은 잘 잊는 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기억도 아주 세세하게 잘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나는 뭔가 반투명한 상자에 기억을 담아두고 어떤것은 그냥 그랬었지.. 정도로만 기억하는듯 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유난히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있다.

어렸을때 동생이랑 푸대자루 가지구 아파트 언덕에 잔디가 잔뜩 깔려있던 풀밭에서 미끄럼틀 타던 기억이나... 매주 토요일에는 컴퓨터 학원 가서 286 컴퓨터로 보글보글이나, 너구리, 페르시아 왕자, 금광을 찾아라 같은 게임을 했던 기억이나.. 피아노 선생님한테 장난치다가 혼나던 내 동생을 바라보던 일, 눈이 나빠서 친구 안경을 빌려쓴 채 칠판 선생님 필기를 공책에 적던 나.

엄마가 만든 망친 음식,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던 우리 아빠, 온 가족이 산에 갔던 기억들, 아빠가 낚시가서 고기를 왕창 잡아오면 엄마는 고기 배를 따서 -_- 손질하던걸 나와 내동생은 구경했다. 그리고 엄마랑 나랑 내동생이랑 밥먹기 싫어서 엄마가 라면을 1개 사오라고 했는데 (그 라면 이름은 소고기라면) 나는 맨날 집앞에 슈퍼에 가서 라면을 사서 집에오다가 맨날 슈퍼앞에서 넘어졌다. 그래서 무릎에 맨날 흉터가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면 엄마는 빨간 다라이에 달팽이를 엄청 많이 잡아주었다. 나랑 내동생은 그걸 가지고 놀았지. 그리고 아기고양이. 내가 아주 어렸을때 집으로 길 잃은 아기고양이를 데려왔는데 하루 밤동안 고기 같은걸 주고 집에 두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어미고양이가 와서 우리 엄마한테 캬악 하더니 아기고양이를 데려갔다.

초등학교때 나는 울산에 살았는데 그땐 롯데리아같은 패스트푸드 점이 처음 막 생길때였다. 정말 친했던 친구들이랑 토요일이면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롯데리아가서 햄버거나 치킨을 시켜서 먹으면서 좋아했다. 그땐 어려서 그랬을까? 직접 가서 주문을 하는데 왜 이렇게 떨리던지... 참 좋아하던 친구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나. 그리고 친구를 따라 버스를 타고 간 도서관에서 본 책.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1권 2권 3권 이렇게 되어있는데 1권밖에 보질 못해서 다음주, 또 다음주에 그 책을 읽으러 갔던 기억. 그 책은 "캔디캔디" 였다. 아.. 테리우스~

내가 한 6살때? 엄마랑 아빠가 싸워서 엄마가 짐을 싸들고 나랑 내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가서 비둘기 많은 공원을 갔는데 엄마가 핫도그를 사주었다. 그래서 나랑 내동생이랑 먹으면서 공원에 있는데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아저씨가 있었지. 그렇게 셋이 엄마는 큰 가방을 들고 양손에 나랑 내동생을 데리고 난 한손에 핫도그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웃긴 모습으로 폴라로이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우리집에 있다. ㅋ 그때 공원에서 어떤 아저씨가 우리 엄마를 보고 그냥 집에 얼른 들어가라고 그랬다. 그래서 엄마랑 나랑 내동생은 집에 왔는데 아빠가 맨발로 뛰어나왔다고.. (이건 들은 얘기 난 잘 기억이 안나 ㅋㅋ)

우리 엄마랑 아빠가 결혼했을때 샀다던 아주 빨간 카세트테이프. 내가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난 그 카세트 테이프를 너무 좋아했다. 늘 그걸로 테이프를 듣고 또 라디오를 들었었지. 정말 오래된 그 카세트 테이프. 난 그걸 좋아했는데 정말로.. 버리지 말걸 그랬어.

그리고 어렸던 크리스마스에, 엄마가 나를 막 깨웠는데 동생이랑 일어나보니 여러가지 젤리랑 과자랑 사탕이랑 우리가 좋아하던게 머리 맡에 있었던 기억. 그리고 또 한참후 크리스마스때 그때 내 동생과 나는 롤러스케이트가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정말 크리스마스 이브 때 산타할아버지 저는 롤러스케이트가 가지고 싶어요 라며 기도를 하고 자다가 밤에 일어났는데 내동생과 내 머리맡에 롤러스케이트가 있었다. 그래서 그 밤에 나와 내동생은 내복을 입은채로 롤러스케이트를 방안에서 타면서 좋아했던 기억. 뭐 그런.. 아주 오래된 아주 오래된 정말 오래된 옛날 기억들.

아마 기억력이 좋은 동생은 이것보다 더 많은 기억을 할테고, 엄마 아빠는 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기억하겠지. 새삼스럽지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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