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인간의 성향에 대해 가장 큰 특징을 말하라고 한다면. 좋아하는 것에 아주 깊게 빠진다는 것이다. 노래도 좋아하는 노래는 그 한 노래만 50번 100번씩 정말 질릴때까지 듣고, 어떠한 취미에도 한번 빠지게 되면 아주 깊게 오래도록 '그래. 이쯤이면 이제 됐다!' 라고 스스로가 납득할때까지 쭈욱 집중해서 정진해왔던것 같다. 그런 점은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적용이 되는데 이번에는 '만두'다.
우리 가족은 만두를 다들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릴때부터 단 한번도 집에서 직접 만두를 만들어본 적은 없었다. 가족들의 식성은 아무래도 집안의 음식을 담당하는 엄마에 의해 좌지우지 되기 마련인데, 경상도분인 울 엄마는 어릴때부터 만두를 만든 적도 없고, 별로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 (경북쪽이 고향인분들은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보니 명절이라고 해서 드라마나 책에 나오는것처럼 송편이나 만두를 만드는 일은 정말 신기하게도 한번도 없었다. (울집이 큰집도 아니고)
2005년 내가 요리를 취미로 갖게된 이후, 만두가 너무 만들고 싶어서 딱 한번 가족들에게 '우리도 명절인데 만두를 만들어봅시다!' 라고 제안해 만두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만두 만들기는 처음인 울 엄마의 잘못된 레서피로 인해 만두는 완전 망했고, 그 일로 인해 내가 느낀것은 '아. 만두 만들기는 재미는 있지만 엄청 번거롭고 힘든일이구나' 라는 거였다. 그 후로는 누구도 집에서 만두를 만들자는 얘길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나는 만두를 만들고는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마지막 날. 만두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회사 동생 S와 결탁하여. 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완벽한 만두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 만두의 달인 레서피까지 찾아서 준비를 했다.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만드니 힘들기만 한것이 아니라 너무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맛이.. 기가 막혔다. 그동안 사먹었던 냉동만두들을 다 가져다 버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직접 만든 만두는 맛이 있었다. 정말 정말!
그 날 이후로 나는 직접 만든 만두에 빠졌다. 정말 매끼니 만두만 먹었다. 찌고 굽고 삶고 페이스북에 만두일기를 기록할 정도로 만두만 먹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질리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동생과 만든 만두가 다 떨어갈 쯔음 마음이 불안했다. 아껴먹었지만, 만두는 동이 났고.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 정말 오래도록 먹을 수 있도록. 주변 지인 2명을 꼬드겨서 대량 만두 만들기를 계획했다.
돼지고기는 갈아진 것을 구입해도 좋지만,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이나 목살을 갈아달라고 하면 더 좋다. 물론 가격대는 거의 2-3배로 뛰게 된다. 갈아온 돼지고기에 간장, 소금, 후추, 참기름, 표고버섯가루 등 밑간 재료를 넣어주고 양파를 아주 곱게 다져서 함께 섞어 재워둔다. 숙주나물은 깨끗하게 씻어서 찐 다음 소금을 뿌려주고 숨이 죽으면 물기를 꼭 짠 다음, 잘게 썰어준다. 양배추, 부추, 쪽파는 잘 다듬어 씻고 역시나 아주 잘게 다져준다. 당면도 빠지면 아쉽다. 당면은 삶은 다음 차가운 물에 헹궈주고 물기를 빼준 다음, 간장, 설탕, 소금, 참기름 등 밑간재료를 넣어 잘 섞어준 다음 가위로 잘게 잘라준다. 그리고 노른자와 함께 모든재료를 섞어 찰지게 반죽해주면 만두속이 완성된다.
재래시장에서 만두피를 구입하면 좋다고 한다. 확실히 다르다. 부드럽고 얇고 크고 촉촉한 만두피. 속을 듬뿍 넣고 원하는 모양대로 만두를 빚어본다. 무언가를 만든다는것은 재주와는 별개로 재미를 주는 일이다. 이야기를 나눠가며 누가 더 예쁘게 만드는지, 누가 더 빨리 만드는지를 겨뤄보기도 한다. 그러한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몇백개의 만두를 만드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럿이서 함께했기에 힘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완성된 만두를 쪄서, 또 구워서 먹으면서 감탄 또 감탄을 했다. 아. 바로 이게 내가 원하던 만두야. 나는 행복했다. 한동안 또 나는 만두에 빠져 살게 될거다. 아마 질릴때까지. 이번에 만들어둔 만두가 다 떨어지면, 나는 또 만두를 만들거다. 지인들은 기겁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