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증후군 2012/02/23 16:56

솔직히

나는 10년동안 솔직하지 못했는데, 지난해부터 조금은 솔직해진것 같다. 나는 솔직한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는데 -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들이라 - 이젠 조금 덜 부러워해도 될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 있어요. 솔직해지는 연습.

말은 거칠지만 다정하고 싶어요. 내가 험하게 말하는것은 그만큼 우린 편한 사이라는거에요. 마음은 겉으로 보이는것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랍니다. 이것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따뜻해지는 연습.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잘 하고 있는것 같아요. 10년의 삶, 후회하지 않고, 많이 행복했고, 좋은 시절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어요. 잘 될거에요. 늘 스스로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이에요.
텍스트증후군 2012/02/23 10:15

어색함을 즐기는 것

어제밤 마구 떠오르는 생각들은 가볍게 트위터에 끄적였는데, 사실은 이곳에 적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그냥 컴퓨터를 켜기 싫어서 모바일로 끄적끄적 대던 글을 다시금 적어보자면.

때때로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될 경우가 있다. 회사에서, 다른 업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혹은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타팀의 사람들과, 또는 소개팅을 나간다던가, 여러가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처음, 혹은 두번째, 더 많은 만남에도. 아직 많이 친하지 않은 우리들의 사이엔 항상 어색함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어색함을 타파하기 위해 우스운 얘기를 한다던가, 어쩌면 별것 아닌 아무런 말을 하곤 한다. 나 역시도 그런 노력을 하곤 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말 주변이 아주 좋거나 개그를 잘 치는것도 아니고, 티비도 보는것은 나는 가수다나 KPOPSTAR 정도로, 개콘도 안보고 드라마도 안보다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항상 고민이고 항상 그게 어렵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말을 하지않고 듣거나 그냥 침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 상대는 어쩌면 숨막히는 그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더더욱 나를 웃기려 하거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런 개그에 맞장구를 쳐주며 웃고나지만 늘 끝에 남는것은 씁쓸한 마음 뿐.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아, 이 사람들이 날 친해지기 어려운 상대로 생각하겠구나. 라는 점?

그럴때마다 나도 그들도 왜 어색함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것일까? 라고 생각한다. 친한 사람들과는 노력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유한 시간들이 많고 또 계속 대화를 통해 감정의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조금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미묘하고 어색한 침묵도 나름의 특별한 감정중 하나일텐데, 그 어색함을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그 순간을 잠시나마 즐기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길을 그냥 말 없이 걷는 잠깐의 시간속에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누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통하는, 그런 사람을 원하는게 큰 욕심일까? 날 웃기려고 힘들게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물어 보지 않은 하지 말아야 할 얘기까지 꺼내가며 하지 않아도 되는데.. 흠.

아무튼 나이를 하나하나 먹어가며 이래저래 하지 않으려도 나 역시 사람들을 내 잣대로 판단하게 되고, 그래서 더 친해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늘 들고, 어렸을때는 아무나하고도 잘 지내고 친구가 되었었는데 왜 다 큰 지금은 그게 안되는지 답답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젠 내가 커버린거겠지. 가벼운 대화와 그보다 더 가벼운 영혼없는 리액션과 웃음뒤에 오는 허망함이 싫어지는 나이가 된거겠지. 

예전엔 재미있고 수다스러운 사람이 좋았는데 요즘은 차라리 침묵은 금이다, 라는 모토아래 과묵한 사람들이 더 믿음직하다. 물론 닥치면 또 제발 말을 좀 하라며 답답해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부터 어색함을 즐기는 법을 좀 연구해보고, 또 그런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을 꼭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텍스트증후군 2012/02/22 17:46

하고싶은 것

4주 정도의 자유로운 시간이 허락되면 좋겠다. 웹툰 작가들은 시즌이 끝나면 3주 정도 쉬던데.. 직장인은 왜 그런게 허락되지 않나요. 아무곳에도 소속되지 않은채로. 그냥 자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시간 한시간 아까울테지만. 나는 최대한 게으르고 또 게으르게 그 시간을 보내고 싶다.

1번부터 100번까지 가리지않고 일본 영화 보기. 그 다음은 10시리즈 정도 미드를 정복하기. 3일 정도 집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뒹굴기. 맛집 10군데를 정복하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강변에서 자전거 타고 마무리는 치맥. 영화관에서 3편 정도 영화 내리보기. 전경이 좋은 까페에 가서 노트북가지고 놀기. 짧은 국내여행가기 (춘천이나 남이섬!)

우선 이 정도. 하고싶다. 하고싶다. 그 어느것이라도 하고싶다. ㅠㅠ
텍스트증후군 2012/02/05 17:40

세렌디피티를 포기할 순 없어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과의 운명을 시험하며 자신의 연락처를 어떤 책의 표지 안쪽에 적고, 그 책을 헌책방에 판다. 이들이 운명이면 남자가 그 책의 연락처를 찾아 자신에게 연락을 하게될거라 믿으며 말이다. 여자와 헤어진 후 남자주인공은 헌책방만 보이면 들어가 그 책을 찾아 안쪽을 확인한다. 그 책들은 늘 남자주인공에게 실망을 주지만, 한가닥의 희망과도 같은 기대로 남자주인공은 늘 버릇처럼 헌책방에 들르는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퇴근을 하다, 외근을 나가서, 약속장소에 나가서, 길을 걷다가, 모 프랜차이즈 빵집만 보이면 들어간다. 그리고는 단 한가지만을 확인한다. 케이크가 진열된 곳을 보며 내가 찾는 케이크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지금까지의 승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내가 내 눈으로 그 케이크를 본적은 단 한번뿐이다. 빵집을 찾아 들어가기는 10번도 더 반복한 것 같은데.. 늘 기대로 들어갔다가 실망 가득한 마음으로 빵집을 나온다.

영화 세렌디피티의 남자주인공은 결국 그 책을 찾게 된다. 그 것이 운명인지 우연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serendipity와도 같은 여러상황을 겪고 난 후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 케이크는 매일 같은 빵집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 항상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빵집에 미리 주문만 해놓는다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케이크다. 그렇지만 나는 빵집에 미리 주문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우연처럼 그 케이크를 발견하면 꼭 사야겠다는 다짐만 스스로에게 했다. 매일 세렌디피티의 주인공이 헌책방을 들르듯, 내가 어느날 어떠한 빵집에서 그 케이크를 발견하게 된다면, 지금 이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기쁨의 몇백배 정도는 느끼게 되겠지? 아마 그 자리에서 기쁨의 포스팅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가끔은 조금 우습지만, 내가 바라는건 딱 한가지이다. 일상의 소소한 serendipity 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거. 언젠가 이루어질거라 믿는다. 그 것은 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
텍스트증후군 2012/02/05 17:18

2월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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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끝난 후로, 엄청난 일거리 폭탄을 맞고 일주일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렸다. 차분히 앉아 10분도 글을 쓴다던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회의회의 데드라인데드라인, 정말 정신없는 한 주였다. 주말 이틀중 일요일 오후나 되어서야 컴퓨터를 켜고 일이 아닌 나의 소소한 취미꺼리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간은 항상, 늘 너무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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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월이 가고, 2월이 왔다. 여전히 2012라는 년도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아주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그 2012년도 2월이다. 날씨는 혹독하게 추웠고, 실내에서만 보내는 시간들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없던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주말동안 날씨가 풀림으로서 조금씩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빨리 봄이 되어서 밖으로 다닐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가는것은 싫지만. 그래도 겨울은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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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아져서 바빠지면, 그와 함께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욕구도 마구 샘솟는다. 일이 한가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게으름이 나를 장악해서 오히려 의욕이 떨어지지만, 무언가 바쁜 일들이 몰려오면 오히려 더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려하는 나를 발견한다. 스트레스도 더불어 높아지지만 말이다.

지난 주중 몇가지 하고싶은 일들이 많았다. 소소한 뭐가 먹고싶어, 어디에 가고싶어, 여유가 필요해, 친구를 만나고 싶어, 수다를 떨고싶어 와도 같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것들로 이루어진 '하고싶어 리스트' 였는데, 몇가지 큰 것들을 주말 이틀동안 바지런을 떨어가며 하고나서야 후후훗 하며 혼자서 뿌듯함에 빙그레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나에게 채찍은 늘 외부의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받는것들이지만, 당근은 스스로가 선물해주지 않으면 쉽게 얻지 못하는 것들인것 같다. 남들에게 받는 기쁨도 소중하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것을 내 스스로에게 허락하는것도 많은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다. 덕분에 이번 주말은 나름 97점쯤. 되지 않으려나. 이 것으로 다음주도 조금 힘을 내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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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들어 포기와 자조와 한숨이 섞인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들을 살포시 덮어두고 모른체 하고 있다. 주말, 내가 고른 책의 주인공은 케이크를 좋아한 여자와 케이크를 좋아한 남자가 함께 케이크샵을 운영하는 이야기였다. 이런일이 세상에 또 있을수 있단 말인가. 난 사실 이런건 바라지도 않는데, 특별해지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고 싶은건데 그게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느는것은 근심이구나. 이 책 괜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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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썩 괜찮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푸쉬 58개의 메신져가 끊임없이 나를 찾네요. 다음주에는 아주 쪼금만 여유 있었음 좋겠습니다. 그럼 주에 글을 2개 정도는 쓸 수 있을텐데.

텍스트증후군 2012/01/21 21:37

연휴 첫 날

결혼해서 시댁에 가는 며느리들이 이 글을 보면 돌을 던질지도 모르지만 설이든 추석이든 내게는 그저 노는날, 연휴다. 음하하하하. 연휴 첫 날은 부지런함 30% 정도. 게으름 60% 정도. 식탐 10% 정도로 에너지를 사용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만들어준 갈비찜과 삼색나물 등 명절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카야 깨비 토토 순으로 목욕의 신 아니 그냥 목욕을 시킨 다음, 말리고 간식주고 등등 고양이들 뒤치닥꺼리를 한 후, 씻고 작업실로 왔다. 광장시장에서 사온 마약김밥과 유부초밥, 순희네 빈대떡과 유장금님의 간장새우장으로 점심도 아닌 저녁도 아닌 식사를 또 하고 라디오스타와 놀러와와 나는가수다를 돌려보다 따끈한 방바닥에서 누워자다 일어나니 8시였다. 헐. ㅋ 어쨌든 연휴 첫날은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는 날이 너무 많아서 나는 매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태.

설거지를 한 후 컴퓨터를 켜고 의자에 앉아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즐겨찾기에 등록해둔 헐리웃 캐주얼 패션 쇼핑몰(..이라고 적혀있다) 4개를 띄어놓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했다. 하지만 사지는 않을거다. 그냥 이게 재미있는것 같다. 아이 신나. 2012년 들어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후로 소비는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돈을 조금씩 아끼는게 보이니깐 나름 뿌듯하다. 이번달까지는 완전 허리띠를 졸라매면 다음달엔 쪼금 뭔가를 지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에 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웃흥~♬

한껏 게을러도 누가 뭐라하지 않고, 아무도 날 찾지 않는 오늘이 참 좋다. 자. 어제 세우려다 졸려서 세우지 못한 남은 연휴의 계획을 다시 세워보도록 하고, 이제 글쓰기 창을 닫는다.
텍스트증후군 2012/01/20 11:17

살아감

겉으로는 혼자서도 백만년 잘 살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의 주변 사람들이 없으면 난 하루도 살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때때로 깨닫게 된다. 이런 생각은 조금 이상하지만.. 요즘은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구나 라는걸 깨닫고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가끔씩 나도 잊고 있던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오늘 또 한가지 알았다. 그것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어쩌면 희망과도 같은 것.

인간의 본질엔 늘 외로움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또 여러가지 일을 하며 지낸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이가. 그래도 사람은 늘 외롭다. 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갈만한 외로움이다.